해외여행가서 돈쓰기
우리가 그동안 해외여행을 갈 때, 돈을 지출하는 방식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었다. 현지통화로 환전하던지 아니면 VISA나 Master 같은 국제브랜드 카드를 긁던지.. 현금의 경우, 일단 달러로 환전해서 현지에서 다시 바꾸는 방법을 쓴다. 일단 돈이 물리적으로 지갑에 들어있게 되고 번거로워지고 일본같은 곳은 쓰면 쓸수록 동전도 생기는 문제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은행에서 환전할 때, 환율이 좋지 않다. 은행이 절대적인 갑이다. 그리고 쓰고 남은 돈을 갖고 와서 한국에서 환전할 때도 문제이다. 역시나 환율이 불리하고 작은 단위 돈은 안해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카드는 어떤가? 편하기는 하다. 하지만 수수료가 많이 붙는다. 국제 브랜드 수수료, 은행 수수료, 환율 수수료 등등.. 무엇보다 내가 긁었을 때(승인)의 환율과 전표가 매입되었을 때의 환율이 또 달라질 수 있어서 정확히 언제 시점의 환율로 계산되는지 불분명하다. 그냥 편리함 속에 묻어두는 비용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카드를 받지 않는 곳에 가면 돈을 쓸 수 없다. 생각보다 일본만 가도 현금만 받는 곳이 많고 홍콩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나?
트래블카드
최근 몇년 사이에 트래블카드라는 장르가 생겼다. 기본적인 방식은 체크카드이고 (더 정확히 말하면 선불충전카드) 쓰는 방법은 신용카드와 동일하다. 내가 쓸만큼의 예산을 미리 충전하고 현지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장르를 최초로 만든 것은 트래블월렛이다. 역사를 살펴보니 원래는 모바일퉁 이라는 서비스를 했던 곳이고 앱을 통해서 신청하면 출국하는 날 인천공항에서 환전을 해주던 그런 곳이었던 곳 같다. 지금은 카드를 발급해주고 카드에 연결된 전자지갑에 돈을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회원가입을 하면 모바일 카드가 바로 생기고 실물카드는 신청하면 배송해준다. 돈은 오픈뱅킹을 사용해서 연결해두면 원하는 만큼 충전할 때 빼간다.
그 후에 하나은행에서 거의 배끼다 시피 해서 만든 트래블로그라는 게 나왔고 그 후에는 토스가 뛰어들었고 신한카드, 국민카드가 뛰어들었다.
오늘은 저번에 다녀온 홍콩에서 이 트래블카드들의 사용후기를 작성해보겠다.
과연 이 중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 궁금하다.
왼쪽부터 트래블월렛, 신한 SOL트래블카드, 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 토스 이다.
참 트래블로그 어디갔냐고 하시는 분 계실텐데 난 하나은행 계좌가 없어서 트래블로그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뭐 물론 요즘은 오픈뱅킹 기능을 도입해서 다른 은행꺼도 된다고 하는데.. 이미 이만큰 있는데 굳이 더 만들 필요가 있나 싶다.
이런 걸 왜 써야하나?
우리가 해외에서 돈을 쓸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이다. 현금과 국제브랜드 신용카드. 현금의 경우 한국에서 들고나갈 때 제약이 있고 신용카드의 경우는 이런저런 수수료가 이래저래 붙는다. 근데 이런 트래블카드들은 현금사용의 편리와 카드사용에서의 수수료 문제를 해결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카드를 긁으면 국제브랜드 수수료, 해외사용수수료, 환전수수료 등이 얼마씩 붙는다. 그 과정에서 환전수수료의 경우는 이게 전표매입당시의 환율인지, 카드승인(카드를 긁었을 때)의 환율인지도 정확히 알기 어렵고 그로 인해 수수료도 가늠하기 힘들어진다. 뭐 그정도 금액은 신경 안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것도 쌓이면 은근 큰돈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런 트래블카드들은 수수료에서 자유롭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국제브랜드 수수료가 없고 그 외 이런저런 수수료들도 많이 빠진다. 그래서 이게 대세가 된 거 같다. 한도는 있지만 편하게 현지통화를 뽑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런 카드를 갖고 다니는게 요즘은 맞다고 생각된다.
발급
트래블월렛의 발급여정은 앱설치 -> 회원가입 -> 지갑생성의 과정을 먼저 걸친다. 오픈뱅킹 기술을 적극활용하는 거 같고 비대면 신분증 인증까지 나름 순조롭게 흘러간다. 그리고 카드를 신청하면 보내준다.
신한SOL트래블은 신한은행앱에서 외화계좌를 만들고 신한카드앱으로 가서 카드를 신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민트래블러스의 경우는 KB Pay 앱에서 다 신청했다. 따로 국민은행앱을 쓰지는 않지만 그래서 KB머니로 충전하고 그걸 또 외화로 환전하는 식의 프로세스가 잡힌 거 같다.
토스의 경우는 그냥 쓰던 토스앱에서 다 진행하게 된다. 이미 토스를 쓰고 있으면 본인인증이나 카드발급 등이 다 되어 있는 상태라 외화계좌만 만들면 끝이다.
토스 > 트래블월렛 > 국민카드 >> 신한카드 순이다.
충전
충전 편의성은 트래블월렛, 토스, 신한 >>>> 국민 순서이다. 왜 이런 평가를 했냐면 국민카드를 제외한 나머지들은 충전방식이 직관적이다. 그리고 써보지는 않았지만 토스와 신한의 경우는 외화통장에 잔액이 부족하면 연결된 원화계좌에서 자동으로 끌어다 쓰는 것도 된다. 트래블월렛의 경우는 우리가 딱 아는 그 충전의 개념이다. 초기 설정만 해놓으면 거의 실시간으로 충전이 가능하다. 가격 물어보고 앱 열어서 잔액 보고 저스트 모먼트 하고 충전하고 결제가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국민카드의 경우는 일단 KB머니라는 것으로 바꾸고 그걸 외화로 바꾸는 개념이다. 일을 두번해야 한다.
사용 - 승인
공교롭게도 트래블월렛을 제외한 나머지들은 다 마스터브랜드이고 트래블월렛만 비자브랜드이다. 트래블월렛의 사용과정은 국내에서 쓰는 것과 거의 비슷한 속도감이었고 다른 마스터브랜드들은 약간 뭔가 있네 싶은 정도의 지연이 있었다. 다들 컨택리스를 지원해서 IC칩을 꽂아쓰거나 하지 않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트래블월렛의 경우는 카드관련 전반에 관련된 개발결과물이 aws 에 올라가 있고, 트래블월렛의 브랜드인 비자 또한 VCC 라는 시스템을 통하는데 이 역시도 aws에 올라가 있어서 좀 더 빠른게 아닌가 싶다.
사용 - 승인 후
승인이 되고나서 알림메시지의 경우 트래블월렛과 토스의 경우 앱 자체 메시지로 날라오고 거기에 남은 잔액이 표시되어 있다 다음에 사용할 때, 잔액이 얼마 남아있는지 앱을 열지 않고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신한과 국민은 문자메시지로 날아오는데 잔액표기가 없다. 그 와중에 신한의 경우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잔액을 초과할 경우 알아서 가져가는 시스템이 되서 그나마 괜찮은데 국민은 그마저도 기능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 못했다.
앱 구동속도
트래블월렛, 토스가 압도적으로 빨랐고 신한과 국민은 그냥저냥했다. 압도적이라는게 계산대 앞에서 가격을 물어보고, 내가 쓰려는 카드의 잔액을 확인하고 부족하면 저스트모먼트 하고 충전하고 결제를 시도할 수 있는 정도를 얘기한다. 두 앱은 국내에서 열리는 거나 홍콩에서 열리는 거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짐작컨데 둘다 aws를 이용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신한과 국민은 앱 자체도 용량이 커서 무거운데 뭔가 네트워크 자체도 많이 느린 거 같다. 국내 은행 기반이다 보니 분명 온프레미스 기반의 IDC에 왔다가는 식 일거다. 즉, 한국까지 들어왔다 홍콩으로 가는거고 aws를 사용하는 서비스들은 홍콩에서 가까운 어딘가의 엣지서버로 갔다가 왔을 것이다. 물리적인 거리차이, 그리고 앱의 용량 및 최적화 같은 것으로 판가름 난 것 같다.
사용 - ATM출금
트래블월렛의 경우는 국가마다 수수료 무료를 지원하는 정책이 다 다르고 꽤나 복잡하다. 일본의 경우 이온뱅크 ATM 만 수수료 무료라고 하는데 이게 좀 많이 없는 이슈가 있는 거 같다보니 세븐일레븐 ATM에서 수수료 무료인 트래블로그가 일본으로 갈때는 인기가 많은 것 같다. 그와 같은 이유로 트래블월렛의 공식 안내는 홍콩에서는 HSBC ATM 에서만 수수료 무료라고 안내되어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중국은행, 항생은행 ATM에서도 수수료 없이 돈이 나왔다. 다른 카드사들은 그냥 이벤트빨로 다 무료다 라는 식이어서 구체적인 안내가 없다. 역시나 수수료 없디 그냥 다 돈이 나왔다.
사용 - 교통카드
일단 트래블월렛은 홍콩에서 버스, 트램은 확실히 된다. 지하철의 경우는 별도의 개찰구에 VISA tab to ride 단말기에서 되어야 하는데 되지 않는다. 다른 카드들은 이 기능이 아예 없다.
환율
환율은 토스가 제일 좋다. 스프레드 - 기준 환율 위 아래로 사실 때, 파실 때가 구분되는 것 자체가 없는 것 같다. 그 외에는 다들 스프레드가 있어서 비슷한 거 같다. 다만 다시 팔 때 조금 차이가 있는데 이때도 토스가 제일 좋고 트래블월렛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스프레드가 존재하고 3개 주요통화 (달러, 엔화, 유로)외에는 수수료가 있다고 안내되어 있다. 신한도 마찬가지인 거 같은데 국민의 경우는 원화로 팔 때 1%의 수수료를 받아간다.
참고로 7월 1일부터 토스의 환율관련 정책이 바뀐다는 소문이 있다.
제약사항
다들 기본 태생이 체크카드(정확히는 선불충전카드)여서 신용카드만 할 수 있는 고유기능 몇가지가 차단된다. 그 대표적인 얘가 기내면세점 같이 후승인? 이라고 부르는 부류가 대표적이다.
그 외
트래블월렛을 빼고는 기본적으로 다들 국내에서 체크카드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교통카드도 된다. 물론 트래블월렛 카드도 국내결제가 된다고 하는데 은근 온라인에서 안되는 곳이 많다. 이래서 신한에서 광고할 때, 얘는 잠만 자 라는 식의 멘트가 나오는데 그게 왠지 트래블월렛카드가 국내에서는 쓸 곳이 하나도 없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결론
트래블월렛은 이런 트래블카드의 원조이다. 그래서 노하우도 꽤 있는 거 같고 쓰면서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뭔가 이런 류의 카드를 하나 만들고 싶다면 이게 괜찮다고 생각된다.
토스의 경우는 그냥 외화계좌만 하나 만들면 바로 아무 부수적인 작업없이 바로 사용가능하다. 토스를 쓰고 있는데 뭔가 다른 귀찮은 과정없이 사용하려면 이게 짱이다.
신한과 국민의 경우는.. 굳이 만들어야 하나라는 느낌이 좀 강하다. 트래블카드를 쓸법한 사람들은 대부분 토스는 들고 있을 거고 그렇다면 토스가 제일 많이 선택될거고 이런 류이 카드를 하나 만들고 싶다면 트래블월렛 카드에 비해 신한과 국민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번외
카카오페이로 홍콩에서 꼭 사야할 것 이라고 써 있는 찻잔을 한번 구매해봤는데.. 이건 정말 쓸 것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스마트폰의 네트워크가 문제였던건지 아니면 이 역시 알리페이의 qr코드를 들고 국내까지 왔다 가는게 문제인건지 엄청 오래걸렸다. 국내에서도 뭔가 결제과정에서 버벅거리고 있으면 좀 쪽팔린데 해외는 오죽할까? 그리고 국민카드의 경우 홍콩의 A1 베이커리였나? 거기서 결제 시에 10초 이상의 pending이 걸렸던 적이 있었다. 그때 이후에 그런 일은 없었지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촌극
사실 국민트래블러스는 안만들려다가 라운지 혜택이 있다고 해서 만들었다. 근데 이게 뭔가 국민카드 앱에서 거창하게 안내를 했었는데 정작 2터미널 스카이허브 라운지에서는 그런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알고보니 그냥 국민카드 소지자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아주 거창하게 무슨 요상한 타이틀을 달아서 만들어놔서 라운지 직원하고 뻘쭘한 상황도 만들어졌었다.